GANSAM NEWS간삼건축 '주한교황청대사관' 기공식 – 빛과 돌, 정원으로 평화를 담다
▴ 62년 역사를 잇는 새로운 '주한교황청대사관'…2027년 1월 완공 목표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를 비롯한 한국교회 주교단과 관계자들이 기공식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간삼건축이 설계를 맡은 주한교황청대사관 신축 기공식이 10월 15일 서울시 종로구 궁정동 현장에서 열렸다.
이날 기공식에는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전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비롯한 주교단과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간삼건축에서는 진교남 책임건축가가 참석해 설계 모형을 공개하고 설계 개념을 직접 설명했다.
62년 역사를 이어갈 새로운 '주한교황청대사관'
대한민국과 로마 교황청은 1963년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였으며, 이듬해인 1965년 완공된 주한교황청대사관은 지난 62년간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이 건물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2년과 1989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머물렀던 장소로서 역사적 의미도 크다. 그러나 장기간 사용에 따른 시설 노후와와 공간의 협소함이 제기되어, 이에 2025년 9월 기존 건물의 철거를 완료했다. 현재 같은 부지 내에 신축되는 새로운 대사관은 약 16개월의 공사를 거쳐, 2027년 1월 완공될 예정이다.
진교남 책임건축가가 평화·대화·연대의 정신을 담은 설계 모형을 공개하며 건축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 궁궐 미학의 현대적 해석 – "검소하되 품위 있게"
진교남 책임건축가는 "교황청이 지향하는 평화, 대화, 연대의 정신을 건축적 언어로 풀어내고자 했다"며 "자연광과 재료의 깊이를 통해 신성함(Holiness)과 환대(Hospitality)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계 개념을 설명했다. 신축 대사관이 들어설 서울 궁정동 일대는 경복궁과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역사적·문화적 맥락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지역이다. 간삼건축은 이러한 장소성을 존중하며, 조선 궁궐 건축의 미학ㅡ’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절제된 아름다움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절제된 품격과 맥락적 조화
설계의 핵심은 '절제된 품격'이다. 화려함보다 진정성을, 과시보다 품위를 담고자 했다. 외교적 공간이 지녀야 할 절제된 위엄과 종교적 경건함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했다. 대사관과 수녀원, 예배 공간(Chapel)은 정원과 중정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정원을 거쳐 대사 관저로 진입하는 순차적 공간 경험은 의전적 서사를 담고 있으며, 각 공간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필로티 구조를 통한 유연한 접근성과 안정된 보안 체계, 동선·의전 절차를 고려한 출입구 계획은 외교 공관으로서의 기능성을 갖춘다. 중정은 100명 규모의 행사를 수용할 수 있어, 다양한 외교 모임과 공식 행사에 활용될 예정이다.
시간을 견디는 재료 – 100년을 바라보는 건축
외장은 따뜻한 베이지 톤의 베네시안 골드 화강석으로 마감되어 성스러움과 품격을 동시에 전달한다. 은은한 베이지 톤이 주변 경관과 색채적 조화를 이루며, 낮에는 빛을 품고 밤에는 은은한 반사로 도심 속 평화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지붕은 천연 슬레이트를 적용했다. 100~200년 단위의 내구성을 자랑하는 이 재료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깊어지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다크 그레이의 슬레이트 지붕과 베이지 톤 석재가 어우러진 외관은 고요하면서도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재료 선택은 단순한 미학을 넘어, 지속 가능성과 영속성을 추구하는 건축 철학을 담고 있다. 천연 재료 본연의 질감과 색채가 주변 경관 및 역사적 자산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시간에 견디는 건축을 지향한다.
주한교황청대사관 신축 건물 투시도. 베네시안 골드 화강석 외장과 천연 슬레이트 지붕으로 시간을 견디는 건축을 구현했다.
기능과 상징을 담은 공간 구성
신축 건물은 대지면적 2,353.1㎡, 연면적 2,063.76㎡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건립된다. 지하층에는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전문 아카이브 공간이 기계실과 완전히 분리되어 배치된다. 기록물 보존 기능을 강화한 설계다. 1층은 필로티 구조로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대사관 메인 로비와 수녀원 부속시설이 별도 출입구로 분리되어 동선, 보안, 의전 절차가 고려됐다. 2층에는 대사와 참사관의 집무 공간을 포함한 업무 시설과 함께 소규모 예배당이 배치되어 외교적 기능과 영적 정숙성이 한 층에서 조화를 이룬다. 3층에는 대사 관저와 회랑, 라이브러리가 자리하며, 6인 규모의 게스트하우스와 수녀원 숙소가 갖춰진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외교 공관의 공식 기능, 종교 시설의 영성, 거주 공간의 일상이 수직적으로 분리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계획됐다. 특히 기존 시설 대비 게스트룸 규모를 늘려 국제 행사 및 접객 수요를 원활히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준비
새 대사관의 완공 시점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와 맞물려 있다. 이 행사를 계기로 방한할 레오 14세 교황도 새로 지어질 대사관에 머물 예정이다.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는 "이곳에 세워질 건물은 한국에서 '교황의 집'이 될 것"이라며 "평화와 발전을 위한 만남과 대화의 장소이자 한국과 교황청 간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더욱 견고해지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교남 책임건축가는 "이 대사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교황청 간의 깊은 신뢰와 존중이 깃든 공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삼건축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599만 한국 가톨릭 공동체를 대표하고, 한국과 교황청 간의 우호 관계 증진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공간을 완성할 계획이다.
주한교황청대사관 신축공사
· 위치: 서울시 종로구 궁정동 2-2번지· 대지면적: 2,353.1㎡
· 건축면적: 937.76㎡
· 연면적: 2,063.76㎡
· 규모: 지하 1층, 지상 3층
· 용도: 대사관(공관), 수녀원
· 주요시설
- 지하 1층: 문서고, 기계실
- 지상 1층: 대사관 메인홀, 수녀원 부속시설
- 지상 2층: 업무공간, 성당, 리셉션, 다이닝, 수녀원 부속시설
- 지상 3층: 대사 관저, 라이브러리, 수녀원, 게스트룸
· 준공예정: 2027년 1월
· 설계참여자
진교남, 서지명, 김흰봄, 김나현, 박지순, 염소라, 이나영, 이재용
「주한교황청대사관」작품 자세히 보기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