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생명력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다양한 조형과 소재로 땅 위에 선 건축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는 듯 보입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낡게 되면 리모델링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다가 종국에는 철거와 보존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철거와 보존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효용의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건물이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일입니다. 효용은 사용가치와는 달리 무척이나 주관적이어서 이해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중요합니다. 만약 그것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물이라면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테죠. 상징적인 외관으로 종로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센트로폴리스는 건축 전부터 큰 주목을 받은 건물입니다. 공평동 도시환경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 한양에서 근대 경성에 이르는 역사도시 서울의 건물터와 생활 유물이 다량 출토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건설을 강행할지 보존할지를 두고 논의를 거듭했고, 그 결과 현장 보존 방식의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여러 이해관계자들 간 이해와 배려에 기초한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건축주는 수익성에 다소 불리할 수 있는 대지의 특성을 과감하게 포용했고, 주무 관청인 서울시는 용적률 인센티브라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수차례에 걸친 설계 변경을 묵묵히 인내한 건축가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모든 분들의 합의를 통해 현대적 감각의 첨단 빌딩에 전통의 가치를 더할 수 있었으며, 묻혀 있던 역사를 열린 공간으로 끄집어낼 수 있었습니다. 600년 동안 한 나라의 수도로 기능한 서울에는 역사적, 문화적 자산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이런 자산이 박물관 수장고가 아니라 현재 살아 있는 건물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일 것입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품은 센트로폴리스는 지울 수 없는 과거이고, 현재이며, 다가올 미래입니다. 공간의 재구성인 동시에 시간의 재구성이기도 합니다. 단지 옛 것에 대한 향수가 아닌 효용 측면에서 센트로폴리스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대표이사 김태집 인사말 중
[blog] g.style 49th Issue: 센트로폴리스 건축 스토리
https://blog.naver.com/gansam_official/222354186237
g.style은 간삼건축이 계간으로 발행하는 건축 매거진입니다.
하나의 건축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건축가, 건축주, 이용자들의 이야기는 물론
간삼의 철학과 가치, 기업 문화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