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 한화는 프랑스와 대한민국 간 예술적 협업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야심 찬 문화 프로젝트다. 한화문화재단과 퐁피두센터의 파트너십으로 탄생한 한국 분관은 서울 금융의 중심지인 여의도 한강 변, 한화그룹의 상징적인 초고층 빌딩 '63빌딩' 저층부에 자리한다.
대담한 건축적 조형과 현대미술 컬렉션으로 세계적 명성을 지닌 퐁피두센터는 수년 전부터 국내외 분관 확장을 추진해 왔다. 이는 문화적 사명을 넓히고 소장품을 폭넓게 공유하며, 국제 예술 협력과 창작의 핵심 주역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상설이든 임시든 해외 분관이든, 이 모든 공간은 파리 본관이라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 더 넓은 대중에게 다가가고, 새로운 도시적·문화적 맥락을 탐색하며, 현대 미술을 선보이는 방식을 혁신하고자 하는 동일한 지향점을 공유한다.
퐁피두센터 한화의 비전은 크게 두 가지다. 퐁피두센터의 세계적인 소장품을 선보이는 대형 기획전을 개최하는 동시에, 한국의 예술 교육과 신진 작가 발굴과 육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유럽의 예술적 유산과 한국의 역동적인 창의성을 결합함으로써, 본 센터는 혁신과 교육, 예술이 융합하는 새로운 문화적 거점으로 자리할 것이다.
이를 구현하고자 한화는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에게 한강 변 63빌딩 하단에 위치한 12,000㎡ 규모 부지의 리모델링을 의뢰했다. 간삼건축은 국내 설계 파트너로 참여해 기본 및 실시설계를 수행하며, 빌모트의 디자인을 국내 건축·구조·법규 기준과 현장 여건에 맞게 구현하고, 시공성과 디테일, 재료 마감 계획을 조율했다.
이번 리모델링은 본관의 재실 상태를 유지한 채 별관과 지하층의 기존 구조를 단계적으로 해체·보강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었다. 1980년대 준공된 건물 특성상 도면과 실제 구조가 달라 생기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았고, 과거 기준에 맞춰진 방재 및 피난 시스템을 최신 법규와 기준에 맞춰 재구성해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간삼건축이 축적해 온 63빌딩 본관 리뉴얼, 별관 증축, 아쿠아리움 및 면세점 설계에 대한 경험과 현장 이해도가 안정적인 프로젝트 수행의 기반이 되었다.
건축적 개입은 5개 층에 걸쳐 펼쳐져 있으며, 부지 전체 폭을 따라 150m에 달하는 63빌딩 포디움(저층부)의 공간에 집중되었다. 기존에 콘퍼런스, 전시, 웨딩 및 기업 행사 등으로 사용되던 이 공간들은 빛과 예술, 건축이 도시와 새로운 대화를 나누는 문화적 보금자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이번 설계는 기존 철골 구조를 깎아내어 다채로운 형태의 현대미술 작품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가변형 전시 공간을 조성하는 '서브트랙션(Subtraction)' 방식을 채택했다.
63빌딩의 수직성과 대비를 이루는 퐁피두센터 한화는 기존 건물을 감싸며 수평으로 길게 뻗은 '빛의 수평선(Line of Light)'으로 표현된다. 건물은 투명하고 정제된 백색의 거대한 '빛의 상자(Box of Light)' 형상을 취하며, 표면의 잔물결(Cannelure) 무늬는 한국 전통 기와의 곡선미를 연상시킨다.
이중 외피(Double-skin)로 설계된 파사드는 한 층 높이에 달하는 곡면 형태의 대형 접합 반투명 유리 모듈로 마감되었다. 이 통일감 있는 외벽은 2층과 3층 일부에서 투명한 유리창으로 변주를 주어, 센터의 오피스 공간에 자연 채광이 스며들도록 했다. 물결치는 듯한 이 외피는 마치 아침 안개처럼 63빌딩의 하단을 부드럽게 감싸며, 차분하고 평온한 도시 환경을 조성한다. 밤이 되어 후면 조명이 켜지면 파사드는 도시를 밝히는 등대로 변모하여, 새로운 문화 공간에 강렬한 정체성을 부여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파사드가 시작한 리듬감을 내부 공간으로 유연하게 이어간다. 회색 라임스톤과 연회색 테라조가 건물의 골격을 이루며 내부 공간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 위로 곡면의 반투명 유리가 동선을 따라 유동적인 물결 형태로 펼쳐진다. 조명과 함께 이어지는 연속적인 바닥 마감은 공간에 흐름을 부여하고 전체적인 통일감을 강화한다.
순수하고 절제된 재료의 사용은 내부 공간을 격조 높은 전시 공간으로 만드는 동시에, 사색과 명상, 사람들 간 교류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조명 연출은 공간의 다양한 시퀀스를 보여주고 변화시키며, 공간을 하나의 연속된 서사처럼 보이게 한다. 장 미셸 빌모트 특유의 대칭적 구성과 엄격한 비례감은 세부 요소 곳곳에서 드러나며, 공간에 안정감과 미묘한 긴장감을 동시에 불어넣어 균형을 이룬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교육과 예술이 만나는 교차점으로 자리한다. 다양한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가변형 공간을 제공하며, 빌모트 건축의 특징인 유연성, 명료함, 절제된 우아함이 이러한 공간과 프로그램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질감, 색상, 재료의 균형 잡힌 사용은 프로젝트의 각 기능을 돋보이게 하며, 나무의 따뜻함, 금속의 정교함, 석재의 깊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요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이처럼 내부와 외부, 기능과 미학, 교육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관람객에게 몰입감 넘치고 입체적인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