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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column] '낯선이들을 위한 보금자리'_곽승
등록일 2017-05-15 14:36:23 조회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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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낯선이들을 위한 보금자리 '연세대학교 제중학사·법현학사'

 

곽 승

 

 

 

2014년부터 교육부는 대학 캠퍼스 내·외에 다양한 형태의 기숙사를 건립하여 대학생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사립대 기숙사 건립 지원 및 대학기숙사 운영의 투명성 제고 등 기숙사비 인하를 통해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한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 기숙사 건립 지원을 통해 수용률을 18.4%('12년) → 25%('17년)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형태(BTL,행복기숙사,대학생전세임대주택 및 행복주택 등)의 지원정책을 계획하여 많은 기숙사의 건립이 이루어지고 있다. 제중학사와 법현학사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고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완성되었다. 다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민자기숙사의 높은 기숙사비 책정은 실무자의 입장에서 이해가 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연세대학교 제중학사·법현학사 전경 (사진 이승무)

 

어디에 무엇을 짓는가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약 100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의대기숙사인 제중학사와 법대기숙사인 법현학사가 재건축되었다. 2013년 볕이 좋던 어느 여름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찾았던 사이트에서 푸른 나무들로 둘러싸인 2동의 기숙사를 열심히 사진으로 남겼다. 좋은 나무들과 30년의 추억이 담긴 건축물을 지우고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다는 것은 심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작은 주택들과 캠퍼스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사이트는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동문의 첫 시작길이다. 캠퍼스와 도시의 경계에 서있는 붉은 벽돌의 매스는 대학가 주변에서 자주 볼법한 어지러운 2,3층 건물들과 정리되지 않은 도로, 도시의 번잡스러움이 끝나고 캠퍼스로 진입하는 출발점이다. 1974년 국내최초의 의과대학 전용기숙사였던 제중학사의 전통과 정신은 43년만에 같은 장소의 새로운 환경에서 이어지게 되었다.

 

제중학사·법현학사 출입구                                                                            입면

 

제중학사 및 법현학사


제중학사(에비슨하우스 포함) 및 법현학사는 각각 지상 7층, 지하 3층 규모의 2동으로 구성되었다. 매스는 지형과 주변 건물들에 영향을 받아 배치하였으며 건축물의 높이는 캠퍼스의 전체적인 스케일과 연관되어 신구 건물이 조화를 이루도록 제한되어있다. 주변 기숙사-지역주민과의 관계, 세부시설조성계획을 통해 결정된 사항들이 함께 고려되었다. 건물의 파사드는 기존 건물과 비슷한 주황색 벽돌을 사용하였고, 외관에 나타나는 창호와 발코니, 수평적인 분절을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였다. 기숙사에서 학생들은 가족을 떠나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지만 개인적인 공간과 공용공간, 그리고 그 중간 성격을 지닌 공간을 모두 필요로 한다. 저층부는 캠퍼스에 개방되는 공용공간인 라운지, 카페, 식당, 체력단련실, 스터디룸이 있으며, 상층부에는 개인적인 공간인 숙실이 위치하고 학생들간의 대화와 소통을 위한 복층 휴게실도 계획되었다. 남학생 숙실과 여학생 숙실로 연결되는 수직 동선은 진입층에서 별도의 승강기를 통해 분리된다. 2인실의 기본유닛은 22.8~24.8㎡로 개인 책상, 침대, 옷장, 신발장, 냉장고 등이 구비됐고, 모든 방에는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제중학사의 창호는 베이윈도우(bay window)로 계획되었는데, 외부로 돌출된 창을 통해 내부 공간의 확장뿐 아니라 사적공간의 변형을 통한 다양한 학생들의 행태를 기대하였다. 또한 이 건축적 장치는 기존의 제중학사가 가지고 있던 벽돌 텍스처의 계승과 더불어 제중학사의 입면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제중학사·법현학사 로비 및 라운지

 카페테리아, 나선계단, 2인실 숙사, 커뮤니티룸 (시계방향)

 

학생기숙사, 낯선 이들을 위한 보금자리


교육시설에서 기숙사는 조금은 특별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기숙사가 가지는 ‘주거’와 ‘학생들이 머무는 공간’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기능의 충족뿐 아니라 학생들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생활 형태와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예측하여 공간에 반영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공간들을 학생들이 쉽게 마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기숙사의 공간들은 건축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함께 형태를 이뤄간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비록 초기에 계획했던 공간의 의도와 다를지라도 학생들의 공간행태가 기숙사를 계획하는데 있어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는 처음 기숙사에 주거하는 학생들에게 독자적으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며, 최적의 심리상태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숙사로서 존재해야 한다.

 

 주출입구가 보이는 정면, 2층 데크, 도로측 뷰 (시계방향)

 

건축물이 완성되는 순간 과거의 존재가 된다


오에 히로시(1913~)는 “설계도가 깨끗하면 완성품도 아름답다”고 했다. 늘 그렇듯이 여러 조건들 속에서 끊임없이 잘못을 저지르고 수습하고 다시 저지르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최선의 길을 찾아내면서 생긴 아쉬움들이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은 연필자국처럼 기억에 남는다. 제중학사와 법현학사는 화려하진 않지만 캠퍼스에 어울리는 건전함과 단순함을 가지고 자리 잡은 듯하다. 건축은 완성되었고 이제는 학생들을 위한 건물로 사용된다. 기숙사의 깨끗한 벽돌들도 시간이 지나면 세월의 흔적을 입겠지만 건축물에 학생의 기억들도 함께 축적되는 그때가 되면 보다 완숙한 모습을 보여주라 기대해본다.

 

 

 

 

    건축가 곽승  |   디자인부문 디자인전략팀 부팀장
    2011년 간삼건축에 입사하였으며, 건축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들과 현상학적 장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Share는 간삼인들의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건축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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